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Zero100 AI 빌더톤은 단순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넘어, 참가자들이 실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비롯된 과제를 받아 8일 안에 동작 가능한 AI 솔루션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실전 중심 프로그램이었다. 이 행사는 코드프레소가 주최하고,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난양공과대학교(NTU),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의 한인학생회가 공동으로 홍보 및 운영을 담당하면서 세 학교 한인 학생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모인 의미 있는 행사로 기록되었다. 참가자 모집 단계에서 74명의 지원이 있었고, 첫날 25개 팀이 출발해 최종 발표까지 21개 팀 53명이 완주함으로써 84%라는 높은 완주율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히 상금에 대한 동기보다, 실제 현업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갈망이 더 강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사의 전반적인 흐름은 문제 정의, 솔루션 구현, 멘토링, 피드백, 최종 발표로 이어지며, 참가자들이 이론보다는 실제 코드와 데이터로 결과를 보여야 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런 형식은 대학 강의실에서는 얻기 어려운 실무 감각을 단시간에 함양할 수 있게 하며, 특히 AI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향후 이와 유사한 이벤트가 확대될 경우, 학계와 산업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빌더톤은 두 가지 명확한 트랙으로 나뉘어 운영되었으며, 각각의 트랙은 참가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를 다루었다. 트랙 1인 ‘저지먼트(Judgement)’는 데이터 기반 판단이나 예측 모델을 요구하는 과제로, 총 14개 팀이 참여해 분류, 회귀, 시계열 예측 등의 과제를 수행했다. 트랙 2인 ‘오토메이션(Automation)’은 반복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지능형 시스템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과제로, 7개 팀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와 워크플로우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트랙 분리 방식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전공 배경에 따라 적절한 난이도와 유형의 문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각 트랙 내에서 출제된 문제는 코드프레소가 실제 내부 워크플로우에서 겪었던 병목을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이론적인 예시가 아니라 기업이 직면한 진정성 있는 과제에 도전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연습을 넘어, 향후 인턴십이나 취업 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트랙 간 상호 비교를 통해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융합적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참가자 구성은 흥미로운 특징을 보인다. 지원자 대다수가 컴퓨터 공학이나 소프트웨어 공학과 같은 개발 관련 전공이 아닌 인문사회과학, 경영학, 자연과학 등 비개발 전공 학생들이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해 행사 둘째 날에 코드프레소의 김지훈 CAIO가 3시간 동안 바이브 코딩 크래시 코스를 진행했다. 이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AI 기반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작은 서비스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로컬 환경에서 배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은 자연 language 프롬프트를 통해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부족한 학생이라도 AI의 힘을 빌려 기능적인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이 크래시 코스는 참가자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했고, 이후 3일차부터 7일차까지는 온라인 1:1 빌드 멘토링 예약 시스템을 통해 각 팀이 자신들의 솔루션을 구체화하면서 겪는 기술적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단계별 지원 구조는 비개발 전공 학생들도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AI democratization의 실제 사례를 제공한다.
행사 이틀째인 8월 28일에는 오프라인 라운드테이블 멘토링이 진행되어, 참가팀들이 자신의 솔루션을 심도 있게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멘토진에는 코드프레소의 이동훈 대표 및 임직원뿐 아니라, 아마존웹서비스(AWS), 넷앱(NetApp)과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에서 현업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30분 간격으로 테이블을 이동하며 각 팀의 솔루션에서 기술적 완성도, 혁신성, 그리고 비즈니스 타당성을 점검했다. 특히 멘토들은 단순히 ‘이게 옳다, 그르다’라고 giudgment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재정의하고 대안적인 접근법을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피드백 방식을 채택했다. 같은 날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의 박희덕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 관점에서 아이디어의 scalability와 시장 적합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으며, 이는 기술적 구현뿐 아니라 사업 모델을考える 시각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런 다층적인 멘터링 모델은 참가자들에게 기술적 조언을 넘어 경력 개발, 네트워킹, 그리고 향후 창업 또는 취업 전략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행사의 가치를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종합적인 성장 기회로 끌어올렸다.
결과 발표 당일인 8월 29일에는 SMU 캠퍼스에서 최종 피칭 세션이 열렸고, 21개 팀이 각각 5분의 발표와 5분의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심사위원단은 총 8인으로 구성되었는데, 코드프레소 대표 및 임직원,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윌트 벤처 빌더 대표, NUS 컴퓨팅과의 한정필 석좌교수, 전 후지필름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싱가포르 매니저, 그리고 AWS의 신동혁 총괄이 참여해 다각도에서의 평가를 진행했다. 수상은 네 가지 distintive 부문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먼저 ‘비욘드 브리프’는 출제사가 제시한 문제 정의에 대한 해석의 깊이와 정확성을 측정했다. 두 번째인 ‘비즈니스 포텐셜’은 투자자 패널이 솔루션의 상업적 확장 가능성과 수익 창출 능력을 평가했다. 세 번째 ‘빌더스 초이스’는 참가자들 간의 peer voting을 통해 가장 창의적이거나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0→100’ 부문은 운영진이 아이디어에서 작동 가능한 프로덕트까지의 성장 폭, 즉 학습 곡선과 실행력을 기준으로 수상팀을 가렸다. 이처럼 다양한 평가 축을 설정함으로써, 단일 지표에 치우치지 않고 종합적인 역량을 조명할 수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강점과 보완점을 다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수상 결과는 특히 주목할 만한 분포를 보였다. 21개 팀 중 10개 팀이 적어도 하나의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이는 상위 소수에 집중되지 않고 relativement 넓은 범위에서 우수한 팀들이 나타났다. 이는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역량이 기대를 상회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행사의 난이도 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트랙 2에 속한 NCoded 팀은 비즈니스 포텐셜과 빌더스 초이스 두 부문을 동시에 수상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시장 관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솔루션은 반복적인 데이터 입력 프로세스를 AI 기반 자동화로 대체하여 처리 시간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 직관성을 높이기 위한 인터페이스 개선을 포함했다. 이런 성과는 비개발 전공 학생들이 적절한 지도와 도구를 제공받을 경우, 높은 수준의 실무적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또한, 수상 팀들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단순히 프로토타입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파일럿 테스트나 추가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행사가 단발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빌더톤을 통해 코드프레소가 확인한 세 가지 핵심 insight는 향후 유사 프로그램 설계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참가자의 주요 동기가 금전적 보상보다는 실제 기업 문제 해결과 현업 멘토와의 직접적인 접점에 있었다는 점이다. 설문 및 인터뷰에서 상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으며, 대신 ‘실제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 ‘일반 강의에서는 접하기 힘든 산업 전문가와의 대화’, ‘내가 만든 해결책이 정말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다. 이는 특히 Z세대 학습자들이 의미 있는 작업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선호한다는 최근 교육 트렌드와 일치한다. 두 번째 insight는 참가자의 기술적 숙련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상위 10개 팀이 다양한 트랙과 부문에 걸쳐 고르게 분포했으며, 이는 편향된 skill 분포가 아닌 전반적인 역량 상승을 나타낸다. 따라서 코드프레소는 다음 회차부터 과제의 복잡도를 높이고, 보다 고급스러운 AI 기법(예: 거대 언어 모델 미세 조정,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을 도입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insight는 참가자들이自身의 솔루션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욕구가 강했다는 점이다. 21개 팀 중 9개 팀이 문제 이해를 돕기 위해 출제사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으며, 중간 점검 단계에서는 여러 팀이 정확도나 처리 속도와 같은 정량적 지표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자기 검증 성향은 학습자의 메타인지 능력을 강화하고,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사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NUS•NTU•SMU 세 학교 한인학생회와의 글로벌 빌더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이다. 협약서의 핵심은 Zero100 AI 빌더톤을 연 2~4회 정례 행사로 전환하고, 참가 학생들에게 코드프레소 및 파트너 기업의 인턴십 및 채용 기회를 연계하는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 현지에서 지속적인 AI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 내 AI 인재 풀을 확충하는 것도 포함된다. 장기적인 vision은 참가자들이 졸업 후 현지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여, 이후 신규 참가자들에게 멘토로서 वापस返回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모델은 단순히 단기적인 경험 제공을 넘어서, 인력 양성 구조 자체를 시스템화함으로써 지역 사회 전반의 기술 역량 기반을 강화한다. 특히 싱가포르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허브로서 AI 관련 투자와 인재 유치에 актив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한인 학생 중심의 인재 파이프라인은 양국 간 기술 협력의 새로운 채널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 습득한 기초 역량과 싱가포르 현지의 실무 경험을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Zero100 AI 빌더톤이 일어나는 보다 넓은 시장 맥락을 살펴보면,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AI 연구개발 및 기업 적용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국가 AI 전략, 싱가포르 AI 윤리 가이드라인, 그리고 다양한 공공‑민간 협력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숙련된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동시에, 많은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지역 본부나 혁신 센터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단순히 알고리즘 구현 능력을 넘어서, 비즈니스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춘 인재이다. 이런 점에서 비개발 전공 학생들이 AI 툴을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전통적인 컴퓨터 과학 교육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시장 간극을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 학생들이 싱가포르에서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은, 향후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나 해외 파트너십 시에도 언어·문화적 이해를 겸비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개인 차원의 역량 개발을 넘어, 한‑싱 간 경제 협력의 인적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적 의미도 담고 있다.
행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교육자, 기업 실무자 모두가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조언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은 인공지능 관련 학습을 할 때 단순히 이론 강의를 수강하는 데서 벗어나, 실제 데이터셋과 산업 현장의 문제 정의를 포함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가능한 경우, 해외 인턴십이나 가상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업무 방식을 경험하는 것이 향후 경력에 큰 자산이 된다. 둘째, 교수 및 교육 과정 설계자는 교과목 안에 산업 파트너와의 협업 과제를 삽입하거나, 캡스톤 디자인 단계에서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 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학습과 직업 사이의 연결 고리를 일찍이 형성할 수 있다. 셋째, 기업은 단기적인 채용 수요를 넘어서, 잠재 인재 풀을 육성하는 데 투자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해커톤이나 빌더톤 형태의 오픈 이벤트를 후원하고, 참가자에게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며, 우수한 인재에게 인턴십 또는 정직원 채용 경로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동시에 질 좋은 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정책 입안자와 지원 기관은 이런 형태의 산업‑학 연계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참여 장벽을 낮추는 장학금이나 여행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보다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stakeholders는 행사 이후에도 피드백 루프를 유지하고, 참가자들의 경력 경로를 추적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때, Zero100 AI 빌더톤 같은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의 인재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